나이팅게일의 생애와 업적 (2)

나이팅게일의 생애와 업적 (1)에서 이어집니다

 

 

 

3.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

18세기 여성들은 교육이나 참정권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문필가와 사회운동을 통한 여성운동이 전개되었으나, 종전의 보수 세력들은 여성에게 사회활동이나 사업의 기회를 주기에는 반발이 심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1819~1901)에(1819~1901) 영국에의 전형적인 중류 계급 이상의 가정에서 딸은 교양교육을 목적으로 문학과 예술, 어학 등을 배웠으나 전문 직업여성 교육의 길은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또한 그 당시의 간호사란 직업은 비천하고 부도덕한 직업으로 여겼다 나이팅게일에 관한 일화는 그 당시 간호사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준다.

“부유한 상류층 가정에서 자라난 플로렌스는 17세 때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본인은 하느님으로부터 간호사가 되라는 소명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가족은 결사반대했다. 빅토리아 시대까지만 해도 간호사는 비천하고도 부도덕한 직업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플로렌스처럼 버젓한 집안에서 태어난 처녀가 자원할 일은 아니었던 까닭이다. ‘마치 내가 식모가 되겠다고 말한 것 같은 반응이 나왔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그 당시 가족의 반응을 훗날 이렇게 설명했다.”

크리미아 전쟁에서의 나이팅게일의 활동을 통해 여성에 관한 편견이 바뀌게 되었으며 모든 간호사의 입지를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나이팅게일은 간호의 이론적 기초를 확립하고 간호 전문직에 초석이 되는 건강과 간호에 대한 철학과 이론을 확립하기 위해 “간호에 관한 일들(Notes on Nursing)"을 저술했다. 이것은 실무에서의 경험을 귀납적으로 축적한 것으로, 간호이론의 효시가 되었다. 나이팅게일은 대상자 개인의 요구를 충족하는데 있어 간호의 역할을 규명하고, 대상자 간호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간호교육의 원칙을 개발함으로써 간호의 수준을 향상했다. 하지만 “간호에 관한 일들(Notes on Nursing)"은 간호사만을 위한 저서가 아니다. 아래는 위 책의 머리말 내용 중 일부이다.

“이 소론들은 단지 타인의 개인 건강을 맡는 여성들이 숙고하도록 힌트를 주기 위한 것이다. 영국의 거의 모든 여성은 그들의 생애에 한두 번은 어린이든 환자이든 다른 사람의 개인 건강을 돌보게 된다. 즉, 모든 여성은 간호사이다. 일상적인 위생지식 혹은 간호지식, 다시 말해서, 질병이 없거나 질병에서 회복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지식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녀의 통계에 따르면, 그 당시 영국 땅에 일곱 명 중 한 명의 어린이가 한 살이 채 되기도 전에, 런던에서는 다섯 살 이전에 다섯 명 중 두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녀는 가정위생에 관한 한 그 위생지식의 적용을 기대해야 할 사람은 바로 여성들인데도 여성들은, 가장 우수한 여성들일지라도, 걱정스러울 정도로 위생지식이 결여되어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들조차도 그들의 자녀들에게 건강한 삶을 제공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것을 가치 있는 일로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그런 것은 의사들에게나 어울리는 의학지식 혹은 생리학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나이팅게일은 모든 여성이 가정마다의 간호사라는 것을 강조하고, 그에 따른 위생 지식, 간호 지식이 가정의 위생 상태에 매우 중요함을 알렸다. 그녀는 가정에 있는 여성 한 명도 간호사로 보았고, 간호사라는 지위를 갖게 함으로써 여성과 간호사의 사회적 지위를 같이 높였다.

 

4. 지역사회 간호에 기여

지역사회 간호는 가정, 학교, 직장 및 지역사회 등의 병원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의료전문인에 의한 간호활동을 말하며 오늘날 영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 의료제도의 일부로 포함하고 있다. 지역사회 간호는 지금도 영국 간호 제도의 핵심을 구성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조직으로서 지역사회 간호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중반 영국의 리버풀(Liverpool)에서였다.

리버풀에서 지역사회 간호를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은 리버풀 상인으로서 박애주의자였던 윌리엄 라스본(William Rathbone)으로 알려져 있다. 라스본은 리버풀을 18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에 빈민들을 위한 간호사를 배치하였다. 지역사회 간호제도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점도 있지만 전문적인 의료행위가 포함되는 행위이다. 지역사회 간호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간호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이들의 주도적인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특히 나이팅게일을 비롯한 초기 간호 전문인들의 역할은 지대했다. 리버풀에서 지역 간호가 도입되기 직전의 과정을 분석해보면 초기 지역 간호가 라스본이라는 자선사업가와 나이팅게일이라는 전문 간호인의 긴밀한 협조 속에 탄생했음을 보여준다. 나이팅게일은 지역사회 간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위해 조언하고,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반대자들의 논리를 반박하였다. 즉 그녀도 지역사회 간호의 등장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 간호의 도입에 나이팅게일 외에도 많은 간호 전문인들이 기여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나이팅게일은 1862년 라스본(William Rathbone)에게 리버폴 왕립병원을 세우고, 영국 각지에 노무병원을 세우도록 조언했다. 1864년 존스(Agens Joans)와 12명의 나이팅게일 간호사들은 리버풀에 있는 노무병원을 중심으로 간호활동을 할 수 있는 간호사업의 조직회에 기여했다. 노무병원은 오늘날 보건소와 같은 기능을 했으며, 많은 나이팅게일 간호사들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지역사회 간호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팅게일 간호학교를 졸업한 간호사들은 간호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질환자와 건강인에 대한 육체, 정신, 영적인 전인간호를 수행하여, 오늘날 간호 전문직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5. 영적 간호

나이팅게일은 근대 간호학의 창시자로 평가된다. 특히 철저한 위생 관리, 충분한 영양 공급, 특히 정서적인 안정을 강조한 것은 당대의 통념에 당당히 도전한 탁월한 통찰로 손꼽힌다. 나이팅게일이 저술한 “간호에 관한 일들(Notes on Nursing)"에서도 그녀가 중요시했던 위생에 대한 환기와 보온, 주택과 위생, 소음, 음식물, 침대, 햇빛 등과 같이 ‘수다스러운 위로와 충고’라는 제목으로 환자의 정서를 생각한 글을 볼 수 있다. 나이팅게일은 환자들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성가신 충고나 격려는 오히려 환자를 피곤하고 우울하게 만들며, 고립된 듯 한 느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선한 사람들의 긍정적이고 실제적인 성공담과 같은 좋은 사례들에 관해 듣는 것을 좋아하기에, 무수한 어리석은 위로나 격려가 아닌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으면서 기쁨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 나이팅게일의 사랑과 봉사정신

우리는 나이팅게일을 생각할 때 ‘백의의 천사’를 떠올리며, 상냥하고 헌신적인 간호사의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의 가장 탁월한 능력은 간호사로서의 자상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행정가로서의 철저함이다. 나이팅게일이 크리미아 전쟁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본 리튼 스트레이치는 그녀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녀가 스쿠타리 병원을 혼란에서 구하여 질서를 세운 일, 사재를 털어 영국 군대에 옷을 마련해 입힌 일, 관청의 빡빡하고 다루기 힘든 권력에 대한 자신의 지배를 확대한 일은 온화한 친절과 여성적인 자기희생을 통해서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엄격한 방법, 단호한 규율, 세세한 것에 대한 정밀한 관심, 끊임없는 노력, 불굴의 의지와 확고한 결의를 통해서였다. 그녀의 냉정하고 조용한 태도 밑에는 맹렬하고 열정적인 불꽃이 숨어 있었다.”

나이팅게일은 크리미아 전쟁 이후에 본격적으로 영국군의 보건과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치 활동을 시도했다. 나이팅게일은 빅토리와 여왕을 직접 만나 크림반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군 의료 체계의 대대적인 개선을 제안했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나이팅게일은 간호사업의 행정과와 정치인으로서 활약했다. 여성의 참정권을 열렬히 주장하였으며, 국가의 복지와 후생사업이 정치와 많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정부와 군부 곳곳에서 갖가지 반발과 핑계가 나왔지만, 그녀는 길고도 꾸준한 싸움으로 하나하나 승리를 쟁취해 갔다. 필요하다면 개인적 명성에 호소하기도 했고, 영향력 있는 친구나 친지까지 인맥을 총동원했으며, 때로는 크림반도에서 보고 들은 영국군 야전 병원의 끔찍스러운 실태를 대중 앞에 폭로하겠다고 군부 고위층에 협박까지도 불사했다. 영국의 전기 작가이며 블룸스버리 서클의 일원으로 유명한 리튼 스트레이치는 저서인 "빅토리아 시대 명사들"에서 그녀가 ‘백의의 천사’라는 이상화된 통념이 오해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탁월한 행정가이며 조직가로서 나이팅게일의 재능과 좌절에 주목하자고 제안했다. 문화사가 자크 바전도 비슷한 평가를 한다.

“나이팅게일의 천재성은 간호 분야에서만 발휘된 것이 아니었다. 기나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그녀는 죽기 직전까지도 행정가로서 발군의 능력을 과시했다. 행정가로서 인정 받으려면 정치적 감각도 남달라야 했는데, 나이팅게일에게는 바로 그런 능력이 있었다.”

그녀가 정치인들과 싸우며 때론 협박하고, 엄격한 방법, 단호한 규율들로 통제하는 모습이 평소 우리가 알던 ‘백의의 천사’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뛰어난 혁명가였고, 간호와 더불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국가의 복지와 후생사업이 정치와 많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간호사로서, 정치인과 행정가로서 간호사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힘쓴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장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살려 타인을 위해 자기 삶을 헌신적으로 봉사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